‘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은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고, 감정이 북받쳐 오르게 만듭니다. <애프터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영화는 감독 ‘샬롯 웰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내용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간지럽게 만듭니다. 저도 아들로써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관람을 하고 왔으며, 솔직한 후기 남겨드리겠습니다.
1. <애프터썬> 줄거리, 튀르키예로 떠나는 부녀(父女)간의 여행
영화는 31살의 주인공 ‘소피(실리아 라울슨홀)’의 생일 전 우연히 찾게 된 캠코더에서 시작됩니다. 그녀는 어릴 때 아빠 ‘캘럼(폴 메스칼)’와 단 둘이, 여름방학에 여행을 떠났습니다. 소피가 찾은 캠코더에는 그 때 당시의 영상들이 남아있었습니다. 20년 전의 영상으로, 소피가 11살, 캘럼이 31살 시절입니다. 둘은 튀르키예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나이차이가 엄청 나지 않았던 부녀는 어딜 가나 남매사이로 오해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여행에서의 일상을 고스란히, 잔잔하게 보여줍니다. 소피는 아빠가 해변에서 타버린 살 위에 자외선 차단제(=애프터썬)을 발라주었던 그 손길과 장면을 영상으로 보며 회상합니다. 계속해서 소피는 영상을 보다가 문득 이제는 엄마가 된 자신과 영상 속 아빠를 오버랩하면서 오묘한 감정을 느낍니다. 가난했지만 딸을 위해 노력했던 젊은 아빠의 모습에서 성인이 된 소피는 어릴 적에는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가족을 부양하기 타지로 떠나야하는 아버지의 마음, 많은 책임감을 짊어진 뒷모습을 캠코더 속 영상에서 알아차립니다. 시간이 흘러서 소피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무게, 우울과 행복, 고마움을 느낍니다. 잔잔하고 일상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어 많은 여운을 주는 영화로, 스크린에서 즐겨보시면 좋겠습니다.
2. 샬롯 웰스의 장편영화 데뷔작, <애프터 썬>
<애프터 썬>은 1987년생 영국 출신의 ‘샬롯 웰스’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입니다. 실제로도 자신을 소피에 투영하여 영화를 제작했고, 나이 차이가 크지 않은 부모님을 두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의 여름 방학을 떠올리며 키는 캠코더는 샬롯 웰스가 직접 키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 영화는 2022년 칸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었습니다.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수상작으로, 많이 회자가 되었습니다. 샬롯 웰스는 이 데뷔작으로 엄청난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각종 매거진과 평론 사이트에서 ‘올해의 영화’로 <애프터썬>을 꼽았습니다. 심지어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올해의 영화로 이 영화를 꼽았습니다. 영화제 수상 부분에서는 영국 독립 영화상에서 16개 중 7개의 트로피, 미국 고담 어워즈에서도 4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독립 영화계의 최강자로 등극했습니다.
배우들의 행보도 대단합니다. ‘폴 메스칼’은 아카메디 시상식, 오스카상에 무려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었습니다. 평론가들과 영화 관계자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으로, 26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와 독립 영화의 한계를 깨부쉈습니다. 그만큼 작품성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를 인정받는 영화가 드디어 한국에서 2023년 2월 1일에 개봉되었습니다.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며, 개인적으로도 사랑스러웠던 작품이었기에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 <애프터썬> 관람 후기, 아빠를 너무 보고 싶게 만든다.
“우리 딸 소피, 널 사랑해. 이건 잊지마.” 라고 말하는 아빠 캘럼의 뒷모습에 저는 감정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 뒷모습에 보이는 미안함, 무게감은 아빠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감정을 건드리는 영화였습니다. 특히 영화 속 캘럼의 상황과 모습들이 저희 아버지와 비슷했었기에, 더 몰입 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영화의 영상미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튀르키예 바다의 청명함과 내리쫴는 햇빛은 선명함을 더합니다. 거기에 캠코더와 카메라로 기록한 빛바랜 화면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과거의 추억과 향수를 선물합니다. 저화질 캠코더 영상, 고화질의 장면을 적절히 교차하고 소피가 각각 11살, 31살일 때의 눈높이로 아빠를 관찰하는 것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두 배우의 연기 역시 말하지 않아도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만들었으며, 과하지 않은 일상의 모습을 담아내 편안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종합적으로 평가해보자면, 정말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와 제 마음에 깊게 자국을 남긴, 의미 있는 영화였습니다. 어떤 설명도, 줄거리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딸과 아빠가 여행을 하며 남긴 추억을 보여주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관객 각각의 부모님이 겹쳐 보이고, 빛바랜 추억들을 회상합니다. 배웠던 가장 큰 교훈은 ‘가족이라도 타인은 타인이다’입니다. 결국 타인이기에 마음을 알 수 없고,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비슷한 상황이 되면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에 가족 간 이해에 정답은 없으며, 언젠가는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를 기대해야함을 배웠습니다.
정말 깊은 여운이 남는 영화입니다. 아빠가 너무 그리워지는 영화입니다. 부모님이 된 분들에게, 가족이 그리운 분들에게, 부모님과의 추억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싶은 분들 모두 추천합니다.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 <애프터썬>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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