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 퍼스트 슬램덩크>, 원작과는 다른 시점의 줄거리(스포일러 포함)
'슬램덩크'는 농구 만화의 전설적인 교과서로 3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만화입니다. 그렇기에 원작의 내용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그 원작의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것은 원작의 주인공 '강백호'가 아닌, 북산의 포인트 가드, '송태섭'의 시점으로 영화가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원작에는 없던 송태섭의 어린 시절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는 아버지를 지병으로 여의었고, 그는 지역 농구 유망주였던 형을 정신적 지주로 삼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형은 친구들과 낚시를 떠나 실종되어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엔 송태섭은 형마저 떠나보냈습니다. 형의 등번호 7번을 사용한 채로 중학교 대회에 나가지만, 키도 작고 형과 다른 실력에 많이 비교를 당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송태섭은 형을 잊지 못했는데, 어머니와 형의 유품 처리 문제로 갈등을 겪습니다. 또한 전학까지 가며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그는, 사춘기를 고립되어 보냈습니다. 그 결과 싸움을 하거나, 오토바이를 타다가 죽음의 문턱까지 갔습니다. 병원에서 겨우 깨어난 그는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형과의 비밀 아지트에서 농구 잡지에 적혀있는 '산왕 타도'를 보고 북산 농구부로 들어갑니다.
영화는 송태섭의 과거 회상을 기반으로 북산과 산왕공고의 경기를 보여줍니다. 원작 기반 애니메이션에는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기에 원작 팬들의 기대가 큰 장면을 스크린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기와 송태섭의 과거 회상을 오가면서 스토리가 진행되며, 죽은 형을 잊지 못하는 송태섭의 모습이 많이 비춰집니다. 태섭의 어머니는 산왕공고와의 경기를 몰래 관람하러 왔었고, 어머니는 산왕전 이전에 아들이 남겨놓은 편지를 봅니다. 그 안에는 쌓여왔던 감정이 드러나 있었습니다. 산왕전 승리 이후 거짓말 같이 전국대회 탈락을 한 송태섭이었지만, 농구로 다시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게 됩니다.
2. <슬램덩크>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스크린 관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슬램덩크의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디렉팅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원작에서는 그려내지 못했던, 자신만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개성이 강했던 북산 5인방에 묻혀 조연급이었던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채택한 것도 그렇고, 과거 회상을 통해 농구라는 매개체로 한 사람의 기구했던 인생을 극복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과거 회상이 많아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그 지루함을 산왕공고와의 경기에서 깨뜨려버립니다. 이 경기는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농구 분석 전문가들이 각 멤버의 활약을 평가하게 할 정도의 명경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언더독 북산고와 우승 후보 산왕공고의 멤버들이 생동감 넘치게 움직이는 모습을 스크린으로 본다는 것은 아드레날린을 샘솟게 합니다. 영화는 3D가 주를 이루며, 만화책과 비슷한 그림체로 묘사됩니다. 역동적인 주요 장면에서는 2.5D로 몰입감 넘치는 순간을 선사합니다. 원작의 감동을 영화관에서 느낄 수 있는 것 자체가 이번 극장판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더 퍼스트' 라는 제목을 보아, 그 뒤를 이어 개봉할 시리즈들이 많아 보입니다. 강백호, 송태섭을 제외한 채치수, 정대만, 서태웅 등의 디테일한 스토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람 후 여담 및 총평
'낭만'이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작년 2022년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었습니다. 3D 작화가 많아 거부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만화책 같은 화풍이 마음에 들었고, 원작과 비슷한 연출 구도에 심장이 뛰었습니다. 송태섭의 과거사, 다른 5인방의 스토리도 짧게짧게 그려냅니다. 디테일한 원작 스토리도 보는 맛이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경기 흐름에 과거 회상이 조금은 방해된다고 느꼈습니다. 북산의 산왕전은 매 순간이 명장면이라고 평가받는 경기기에, 124분의 시간은 애매했습니다.
원작에서 나오지 않은 북산의 다음 년도 전국대회 우승의 순간이 에필로그와 같은 형식으로 나올 줄 알았으나, 송태섭의 미래 이야기만 나왔던 것은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영화 제목의 수식이 ’더 퍼스트‘ 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기를 기대하며 아빠와 아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진정한 가족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영화 관람 후 구석에 있는 농구화를 주섬주섬 챙겨 한 게임을 뛸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농구라는 스포츠를 대변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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