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라의 달>은 배우 ‘히로세 스즈’ 이름 하나로 보러간 영화입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 어린 히로세 스즈의 가족간의 성장과 ‘사람 냄새’나는 연기를 감명 깊게 봤기 때문입니다. 영화 <분노>의 감독을 맡은 재일 교포 ‘이상일’ 감독이 연출을 맡게 되어 기대감은 더 높았습니다. 최근 들어 소설을 원작으로 둔 실사 영화가 많이 개봉되고 있는데, <유랑의 달>도 그렇습니다. 관람 후의 솔직한 후기 들려드리겠습니다.
1. <유랑의 달> 줄거리, 민감한 소재와 그 스토리
<유랑의 달> 줄거리는 과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열 살 소녀 ‘사라사(히로세 스즈)’는 그네를 타면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고, 19살 소년 ‘후미(마츠자카 토리)’는 사라사에게 우산을 들고 나타납니다. 후미는 사라사에게 자신의 집으로 갈 것을 권유했고, 사라사는 집에 가기 싫었기에 그 권유에 응합니다. 사라사는 아버지를 병으로 여의고, 어머니는 도망가고 이모 손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달 남짓한 시간에 둘은 별 탈 없이 행복하게 지냅니다. 그러나 사라사는 겨우 열 살이었고, 후미는 성인이었습니다. 후미는 사회의 시선으로부터 ‘유괴범’, ‘소아성범죄자’의 낙인을 얻습니다. 사라사는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15년이 지나고, 사라사는 25살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 ‘료(요코하마 류세이)’와 동거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카페를 가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후미를 첫눈에 알아봅니다. 둘은 대화를 시작했고, 사라사는 그에게 자신이 피해를 준 것 같아 자살까지 생각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렇게 ‘료’에게 비밀로 하며 사라사는 후쿠를 계속해서 만납니다. 료는 사라사의 달라진 태도에 의심을 하기 시작했고, 미행을 하기로 합니다. 그 결과 유괴범인 후쿠를 알아보고, 인터넷에 제보합니다. 이 일로 료와 사라사는 크게 다투고, 사라사는 폭행을 당합니다. 그녀는 곧장 집을 나와 후미에게 돌아가며 사라사는 후쿠에 대한 사랑을 키웁니다. 그러나 후미는 사라사에게 별 감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료는 후쿠에 대한 더 자극적인 제보로 사라사를 돌아오게 하려고 했지만, 사라사는 결국 돌아가지 않았고 후미의 삶은 또 한 번 망가집니다.
이후의 줄거리와 결말은 반전과 충격적인 소재로 이루어져 있어 직접 감상해보시면 좋겠기에, 줄거리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2. <유랑의 달>의 흥행 가능성
동명 원작 소설 <유랑의 달>은 일본 서점에서 1위를 차지하고, 1년에 37만부 판매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입니다. 이와 더불어 개봉 소식에서는 <유랑의 달>의 촬영은 영화 <기생충>을 촬영한 ‘홍경표’ 촬영감독의 지휘하에서 진행됐다고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홍경표 촬영감독의 일본을 담는 시선은 아름답고 잔잔한 일본 거리에서 잘 드러납니다.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배우’ 면에서는 일본의 국민 여동생 ‘히로세 스즈’,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 3개를 차지한 ‘마츠자카 토리’의 연기 호흡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상일 감독의 연기를 돋보이게 하고 민감한 주제를 설득하고 풀어나가는 연출은 소재상 어쩔 수 없는 한두 장면을 제외하고는 아름다운 미장센과 물 흘러가는 스토리를 빛냈습니다. 한국과 일본 두 국가에서 논란이 있었던 소재와 스토리였기에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은 되지만, 전체적으로 거북하지 않게 풀어내는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를 보았을 땐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 한 번쯤은 편견에서 벗어나 다른 시선으로 관람을 추천드립니다.
3. <유랑의 달> 솔직 감상평, 사라사와 후미의 끊임없는 유랑(스포 O)
- 영화 <유랑의 달> 관람이 끝나면서 조금은 충격적인 결말에 사회적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후미’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배우만 보고 관람한 영화인데, 예상치 못한 스토리와 소재라 당황했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철학적인 영화였습니다.
우선 영상미와 연출,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히로세 스즈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었고, 후미 역의 마츠자카 토리는 의중과 감정을 알 수 없는 ‘무표정’ 연기를 섬세하게 잘 표현했다. 특히 극 중에서 후미가 엄마에게 자신은 실패자냐고 묻자, 엄마는 낳기만 했는데 장애가 있다고 왜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동문서답을 합니다. 그 애매한 대답에 후미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는데, 그 장면의 연기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디테일한 표정묘사와 연출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스토리에 관해서는 ‘성범죄’, ‘유괴’와 같은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나 결국엔 주인공들에게 정착지는 신기루일 뿐이라는 슬프고 잔인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에서 스포일러로 인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후미는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장애로 인해 정상적인 어른의 연애를 할 수 없고, 사회에서는 장애가 아닌 ‘소아성범죄자’라는 낙인으로 대체해버립니다. 이를 보면서 저는 후미를 가해자로만 볼지, 아니면 사회적 인식에 의한 피해자로 볼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사라사를 운명처럼 만났지만, 결국 신기루가 되었습니다. 사라사 역시 불우한 가정환경과 집착 심한 남자친구로 인해 유랑자가 되었고, 후미라는 정착지가 있는 줄 알았으나 신기루였습니다. 이 결과가 너무 잔혹하다고 느꼈습니다.
총평을 한 문장으로 하자면 ‘두 주연배우의 엄청난 연기, 유랑하는 잔혹하고 슬픈 삶이지만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설을 보신 분들이나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영화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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